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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을 새로 바꾸고 벽지도 바르고묵은 그릇을 내다 버리고액자도 버리고 족자도 버리고버리고 버리고여행 가방마저 버려졌다 등 뒤에 있을 땐 몰랐던 벽이벽을 보고서니 하얀 절벽못질 하나 없는 벽온기도 낭만도 없는 냉혈한 벽한 줄기쯤 흠도 있어야 사람이지연두색 나뭇잎이 그려진정사각형 무명천을 대어 본다 못에 찔리고 형체가 닳은마음의 창에도 새가 날아들까빼기 어려운 못 대신가벼운 풀잎 한 장물듦을 잊은 가슴에도끝은 없다 다시 일어라. 김선아2005년『대한문학세계』 시 등단. 부산여성문학인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계
하늘거리며 색색으로 핀 꽃잎들가르다란 허리에하늘로 고개를 들어실바람에 푸른 향기를 싣고노란 단풍잎을 따라언덕가에 나부끼는 사랑의 빛깔해마다 새롭게 핀 꽃잎푸르게 눈부신 날에소녀의 순정이란 꽃말처럼실바람에 푸른 향기를 싣고그대를 기다리는 듯길너머로 나부끼는 사랑의 빛깔 이철수 시인전북군산 출생, 시집 『 노을 앞에 서면 외 1권』공저『 자전거를 타고 온 본』외 다수.문학공간 신인상, 경기도 문학상 우수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낭송분과장, 감사, 이사, 시샘문학회 회장 역임, 용주사 템플스테이(2006∽11년) 진행
형이라고 불러주자 지금은 뭐맞서 싸워 이길 수 없으니아예 그냥 아버지라고 불러드리자무엇이라고 부른들 어떠랴서럽고 억울한 이 변방에서무엇인들 못하랴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비가 오고 바람이 불더라도변변한 우산 하나 없더라도오늘도 가슴 쫙 펴고 거리로 나서자비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좀 벌자찌질찌질 내일을 준비하자당당하고 밝은 모레 글피를 만들자뭐가 그리 급한가 지금은 뭐느긋하게 형이라고 불러주자아니꼬워도 대충 아버지라고 불러드리자. 이은봉(李殷鳳)세종시(구, 공주) 출생.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걸어 다니
캐나다에서 잠시 다니러 온 큰 애가 아버지 뵈러가서“엄마, 아버지가 전화 바꿔 달래요”한다 “이봐요, 그곳은 지낼만해요? 우린 다 잘 있어요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요” 전화기 너머 그이가 잠든 무덤 옆 목련나무 잎 지는 소리만 둥글다. 이숙이 경남 고성 출생.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바다로 가는 소금』 『꽃들은 만개의 꿈을 반복한다』 『누가 시간 좀 빌려주세요』 『붉은 가시』 외 에세이 공저 『세상의 존귀하신 분들께』 등 출간.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찍은 세운상가장식장 안에서 꽃송이들이 펜치처럼 입을 다물고건물마다 포스터 자국이 천천히 걸어나온다만들면 팔리는 시대였어쇠사슬에 묶인 자전거 바퀴에 햇살이 회전을 하고옥탑 빨랫줄에 걸린 바람이 머리와 손을 내민다빛은 시간이야 가뿐 숨을 몰아쉰다투칸은 몸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부리를 깃털 속에 파묻고 잠을 잔다고 한다시계 약 갈아드립니다좌판에서 졸고 있는 묵은지 같은 노인옷 속에서 가위질한 기억들이 꼼지락거린다가끔 허공에 썼다 지우는 담배 연기군내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당신은 나의 오브제영화 속 조민수는 어느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에 있는 훈자마을바짝 마른 살구 포대를 어깨에짊어지고 살구 팔러 가는 청년,이 마을에서 살구는 썩지 않는 시큼하고 단맛 나는 화폐다.이 마을에서 돈이란 마른 살구같이 가볍거나 딱딱하다. 굳이 큰돈 들어가는 일이 생기면 마른 살구 불리듯 물렁하게 불린 다음에야 진행한다.청년은 살구를 팔아혼례를 올리려 한다고 한다.여름을 말려서 겨울을 견디는 살구 화폐. 설산을 피해 온 봄과 황량한 산맥을 도망쳐 온 꽃이 합쳐진 살구나무, 바람의 한쪽 방을 빌려 신혼살림을 차릴 청년과 처녀는 살구를 팔러 산을 넘어가고 살구꽃 피는
계절에 실려 오듯 매년 찾아오는 그녀아랫녘에서 탁발한다는 소문,별 없는 그믐밤 칼바람 타고 불쑥 찾아와서철 묵은 색시처럼 살갑게 달라붙는다생의 멱살 잡고 저만 챙겨 달라 앙탈 부린다온몸의 찌든 때 씻어내야 한다며프라이팬 달구듯 몸 설설 끓게 한다거북등처럼 입술 쩍쩍 갈라지게 하다가도별안간 온몸 꽁꽁 얼게 하는 그녀뼈마디 아근바근 쑤셔대고근육 동침으로 찌르듯 콕콕 찔러댄다머릿속 신경 네트워크 비몽사몽, 경전에 들게 한다색색의 알 한 움큼씩 털어 넣어야 하지만,그녀도 살자고 하는 짓,나도 살아있기에 아프다는 것미치도록 푸른 날 내가 나
손등의 솜털에 닿는 바람에서쩍 하고 갈라지는 알 껍질 사이에서거리의 말과 천장의 침묵 사이에서도 파도를 타고 온다처음에는 한 알의 성냥개비로혹은 한 알의 오이씨로부터 시작된다뭉친 신문지나 건초 한 줌 불러들인다더러는 한 뼘의 촉촉한 대지웅크리고 앉아 곧잘 그것을 들여다본다때로는 달콤한 혀의 길을 탐닉하거나저녁의 체스 게임에 몰두하기도사람 많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휘청거리기도늘 그것은 끈질기게 천천히 일어나고홀로 우뚝 서 있게 하는 폭풍 뒤의 긴장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는 손들누가 뭐라 해도 오이는 오이꽃을 피우고성냥은 성냥 불꽃을 피우
흙은 뿌리와 친하다뿌리는 흙에게 친절하다흙에게는 양분이 있고뿌리는 결코 양분을 전부 갖지 않는다아무것도 없는 흙은 흙이 아니므로흙이 아닌 곳에 뿌리는 없으므로순이나 열매 몇순종적인 어린 죽음으로 양분의 일부를 되돌린다흙 위로 흙의 넓이만큼 나무가 자라는 법은 없다나무는 나무끼리 식육목(食肉目)처럼서로의 영역에 충실하다나무들은 위로 자라고뿌리는 흙만큼 깊고 평평하게 뻗어나간다흙에는 높이가 없다0부터 시작된다면흙의 최대 높이는 0이다가끔 우리가 산이라 부르는 꼭대기의 흙도 0이다흙은 뿌리와 친하다뿌리는 흙에게 필요한 만큼 친절하다양분의
나만 알고 남은 모르는 아니 몰라야 하는짜릿한 불륜같은 비밀번호를디지털 신호가 자꾸 바꾸라고 한다그 사이 무심코 들어났을 수도해킹 당했을 수도 있다고하지만 무슨 여분의 비밀이 그리 많겠는가그러지 않아도 무리하게 암호를 쥐어짜다 보니어떤 경우는 금방 까먹어내가 내 블로그조차 못들어가게 생겼는데도조금 시간이 지나면서여러 앱에서 다시 안전하게비밀번호를 바꾸라고 닥다글이다그렇다고 비밀을 새로 지으려면나름대로 사연있는 숫자와 문자를다시 찾아야 하는데 그러면지금까지의 불륜 기제機劑는 어찌 되는가이미 머릿속 여자의 생일은 다 써먹었는데또 새로운
한겨울 추위 쯤야배밀이로 밀어내고방긋방긋 노란 웃음봄 햇살 끌어당겨화들짝나무들 시샘연두물감 챙긴다 나순옥93년12월《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94년1월《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작품집『바람의 지문』외 4권 *동시조집 『해님이 감기 걸려서』
찰나,그의 두 팔은 위대했다나뭇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번진다저만치 달아나버린 꼬리가바람을 물고 종소리에 흩어진다 땡 땡 사방으로 떨어지는 폼이공중그네처럼 아슬하고허공을 오르는 애벌레 같아아이들이 놀라 뒷걸음치는데사나흘 폭설로 부러진 솔가지에도계곡 웅덩이 풀잎에도개나리 울타리에도동백꽃에도추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긴 수레처럼풀썩 앉는다 세상에 맞춰 내달리는 아버지의 마음잠시 쉬어가라는 멈춤이 있다 김영란2008년《문학저널》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 회원, 여수화요문학회, 여수물꽃시낭송회 활동, (사)한국산림문학회 회원, 시집『거위벌
얼음의 안쪽에서 녹아내리는 맑은 물소리엉겨 있던 겨울이 풀어지고푸른 씨앗들이 고개 내민다 봄이 깨어나숲속에 물감이 번진다색들이 숲속에 가득하여나무들 호흡 빨라지고숲이 멀미 한다숲에 물이 범람하여새 길이 생긴다숲 한가운데 벌어진 색의 축제다람쥐 산책로 위에도 봄빛이 선명하다홀아비 바람꽃 수줍게 꽃잎 내밀자변산바람꽃 활짝 피어난다어디서 보았을까 식물도감에서 눈 맞춤한 예쁜 요정들바람꽃들의 축제가 방금 시작됐다 김애숙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수상경기수필 신인문학상 수상시집『그래도 꽃이다 』동시조집 한국문인협회
그대는 나의 봄이다우리가 만나기훨씬 이전부터 그대는나에게다가 올 봄이다추운 흔적 다 지우려애쓰기 전,남쪽으로부터끊임없이 꽃을 피우며다가오는그대는 나의 봄이다 ※ 쌓인 눈과 대비된 붉은 핏빛 동백이 처연합니다. 가장 추울 때, 봄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저는 느낍니다. 이철경2011년〈목포문학상〉평론본상 수상, 시전문계간지《발견》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한정판 인생』과 평론집 『심해를 유영하는 시어』를 발간했다. E-mail : poem@korea.ac.kr
이 한 몸 하얗게 씻어 말려저 푸르른 허공중에 걸어두고한 생애의 잉걸불 같은 뜨거움도첩첩 쌓인 눈 속에 묻어두고한 오백 년차고 맑은 바람으로나 흐를까눈에도 녹지 않는사금파리처럼 빛났던 사랑이여또다시 한 오백 년훠이훠이 구름으로나 흐를까소리 없이 흔적 없이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떠다니는 꽃잎처럼 허형만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만났다』 등. 중국어 시집 『許炯万詩賞析』, 일본어 시집 『耳な葬る』.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명예교수.
파도가 바위를 친다함묵의 북, 두드려 억만년 잠 깨우려 한다저를 허물고 바람을 세우는 파도낮고 낮아져 모음만으로 노래가 되는 시를 쓴다시인이여. 바다라는 큰 가락지 끼고 도는 푸른 별에서그대, 시인이려거든 바다 건너는 나비의 가벼움으로 오라비유로 말고 통째로 던져 오라애인이자 어머니이며 삶이고 죽음인 바다를 사랑하라근원에서 목표까지 온전히 품어구름 되고 비가 되어 정신을 적시는 바다모래톱에 밀려온 부유물들을 보라모든 것 다 받아준다고 바다가 아니다마실수록 갈증이 되는 허명껍데기로 뛰어든 것들 잘근잘근 씹어 내뱉는허허바다오늘도 어느
그리움 찾아 갈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하얀 머리 풀어헤치며온 몸으로 울어대는절규여!꿈이나 생시나 임을 향한 마음으로외로움에 몸부림치고 기다림에 가슴 태우며처량함을 감춘 채 속으로만 울어대는호소여!유혹을 손짓하는차가운 바람 앞에흔들려도 흔들려도꺾이지 않는지조여!순정을 가슴깊이 묻어두고텅 빈 늦가을 들녘에서허공을 향해연정을 불태우는 애절함이여! 양 승 본전 용인 서원고등학교 교장장편소설 ‘햇살 만들기(전 3권)’로 경기도 문학상 수상중편소설 ‘다리’로 호국문예 국방부장관상 수상단편소설 ’웃음‘으로 경기문학인상 대상 수상수필 ‘고향을 위하
겨울 지나 찾아 간 밭 냉이꽃이 지천이다밤하늘을 흐르는 은하수가 어느 우주선을 타고 와이 지구 한쪽 외진 곳에 뿌리내린 걸까 몇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뚜렷이 불리는목성이나 금성이나 토성이나 북두칠성 같은 이름 하나 얻지 못한이곳에 불시착한 이름 없는 소행성들,뚜렷이 명명되는 이름 하나 갖는 일이란저들이 떨어져 나온별과 별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고 먼 일이다 저들의 이름을 불러본다이름조차 나지막이 발음되는 냉이별들그저 엎드린나지막한 키로한 우주 속을 은은히 흐르고 흐르다 소멸하여도 좋으리손에 뽑힌 저들의 직심이 제법 굵다 집으로
어둠 속의 고요 우주의 숨결이 가슴에 와 닿는다 불꽃처럼폭죽처럼솟아나는 저 미명未明에 솟아나는생명의 씨앗투명한 이슬이 숨을 쉰다황홀 하구나 어둠은 사라지고안개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소년의 기상氣像이 새벽의 나는 양치기 소년 다윗의 담대한 꿈을 꾼다오. 박이도 자유신문(‘59), 한국일보(’62)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불꽃놀이>< 데자뷔>등
천하를 갖고 싶으냐! 쉬지 말고 광활한 초원에 말을 달려라 칼을 쳐들고 불의 행간을 뚫어라 아무도 흔적을 남길 수 없구나 바람만 칼끝을 보고 있다눈을 파내어라, 귀를 묻으라직유는 결코 혼자 죽지 않는다귀신도 모르게 은유를 쳐내는구나불이 내렸도다! 시시각각 말은 휘황찬란하구나 말이 말을 닫으니 일어나는 말이 없구나 달려도 달려도 이미 와 있는 말 검劍을 찾을 자者 영원히 없을 지니, 무無를 베라, 천지사방 색色을 베라 무덤은 산 자들의 퇴고가 아니냐정녕, 천하를 갖고 싶으냐,번개처럼 단칼에 놈의 목을 베라! 김동원1962년 경북 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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