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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칼럼]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

기자명 강성열
  • 칼럼
  • 입력 2023.04.20 23:00
강성열 칼럼니스트.
강성열 칼럼니스트.

동가식 서가숙은 한자 뜻풀이로 본다면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는 뜻의 낱말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볼 경우, 이 낱말은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또는 잠잘 데가 없어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일컫는다.

그러나 동가식 서가숙은 본래 다른 데에 그 내력을 가지고 있다. 그 내력은 다음과 같다. 어느 고을에 나이가 찬 딸을 둔 아버지가 있었는데 마땅한 혼처가 없어서 크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혼처가 두 군데나 한꺼번에 나타났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았더니 두 혼처의 사정이 아주 딴판이었다. 한쪽 혼처는 동쪽에 사는 총각으로서 몸은 약하지만 재산이 매우 많았고 다른 혼처는 서쪽에 사는 총각으로서 집안은 넉넉하지 않으나 매우 건강한 청년이었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아버지는 딸을 불러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딸의 결정을 따르기로 하였다.

아버지의 설명을 들은 딸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였다. ‘밥은 동쪽 집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 가서 자죠, 뭐.’ 동가식 서가숙하겠다는 대답이었다.

필자가 속한 기독교회 안에도 이처럼 동가식 서가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한 발은 세상에, 그리고 남은 발은 천국에 딛고 사는 자들이다. 달리 말해서 세상도 버리지 못하고 천국도 버리지 못하는 신앙인들이다. 이러한 동가식 서가숙 신앙인의 전형을 우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롯의 아내에게서 찾을 수 있다(창 19:12-28).

롯의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녀는 죄악의 도성 소돔과 고모라에 너무도 많은 미련을 두고 있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리고 그곳에 남겨둔 재물과 부귀영화가 너무도 아까워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소금 기둥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여러분, 마태복음 6:24에 보면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믿는 자에게는 동가식 서가숙하는 절충 신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직 동가식이면 동가숙하고 서가식이면 서가숙하는 것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1:2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을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 바울의 이 말에 의하면, 동가식 서가숙하는 신앙은 한 처녀가 두 신랑을 섬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 처녀가 두 신랑을 섬기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하물며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와 연합한 신자에게 있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바울은 과거에 자신이 배우고 터득한 세상 지식과 각종 자랑거리를 대단히 중시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주의 사도로 신분이 바뀐 후로는 그의 삶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자신에게 유익하던 것을 주를 위하여 다 해로운 것으로 여겼으며, 주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빌 3:7-8).

바울은 하나님을 자기 삶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상대화시킬 수 있었다.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상대화되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가?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롯의 아내와 같이 동가식 서가숙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만을 바라보고 사는가? 새롭게 결단하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란다.

[편집자 주]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으로서 본사의 편집 방향이나 방침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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