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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자연과 더욱 가까이

기자명 강성열
  • 칼럼
  • 입력 2024.03.25 08:51
강성열 칼럼리스트
강성열 칼럼리스트

시간은 정확하게 언제 시작된 것일까? 아무도 이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자들이 있다. 과학자들이 그들이다. 한 예로 영국의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인 호킹(S. Hawking)은 시간과 우주의 역사를 다루면서 우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태로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는 밀도가 무한히 큰 상태의 특이점이 150억 년 전에 대폭발(big bang)을 함으로써 지금의 우주가 생겨났으며, 우주가 그 때 이후로 계속해서 아주 빠른 속도로 팽창하다가 언젠가는 급격한 수축 과정을 거치면서 밀도 무한대의 상태로 복귀함으로써 급속하게 붕괴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세웠다. 아울러 그는 “시간이란 신이 창조한 우주의 특성이고, 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의 말을 빌어, 시간이란 개념은 우주가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런 뜻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우주의 시작이 곧 시간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물리학자들의 이러한 설명이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운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단지 그들의 주장이나 이론이 점차 우주의 기원과 운명을 규명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고대인들이라고 달랐을까? 아니다. 그들 역시 현대 물리학자들 못지않게 우주와 시간의 기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이 결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리어 그들은 시간이 창조 세계에 속한 것이요, 자연과 더불어 창조 질서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자연계의 일부로 만들어진 해와 달이 시간을 구분하거나 반영하는 것들로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잘 보여 준다.

현대인들의 시계 시간 개념을 알 턱이 없는 고대인들은 창조 세계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이 수확의 시기와 기온의 변화, 계절의 순환 및 낮과 밤의 반복 등과 같은 자연의 리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올바로 통찰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시간(natural time) 또는 생태계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 모든 시간은 예외 없이 이러한 자연 시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경험하던 시간이 철저하게 자연계의 운행을 통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시간과 자연계(또는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천체의 운행과 동식물의 생명 활동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과 그 리듬을 같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자연계의 다양한 리듬들과 계절의 변화 및 천체의 규칙적인 운행 등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생산 활동을 비롯한 모든 삶의 차원들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었다. 정상적이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리듬에 맞춘 한층 확대된 생태계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그들은 자연계의 주기적인 순환을 측정하고 계절과 기온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달력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농사를 비롯한 다양한 생산 활동을 용이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런가 하면 자연계의 주기적인 순환을 그대로 따르는 축제와 절기를 개발함으로써, 그들은 인간의 삶을 압박하는 세속의 시간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곤 했으며,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전인적인 교류를 통하여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시켜주기도 했다.

시각을 달리하여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를 주목해 보자. 계몽주의 이후 한때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이성과 의지의 힘만으로 얼마든지 발전 가능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보았지만, 오늘날에는 과학과 산업기술의 발달로 누리게 된 풍요의 뒷자리에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전쟁 빈발 등의 다양한 부작용과 역기능이 자리잡고 있는 탓에, 인류와 우주의 전면적인 파멸이 불가피할 것임을 조심스럽게 예견하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이나 계절의 순환 구조를 이탈하여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 기후 현상과 그로 인한 기후재앙의 현실이 그렇다. 이 점에서 본다면, 낮과 밤의 구분마저도 무너뜨린 채로, 계량화된 시계 시간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 모두를 지배하고자 하는 고도 산업사회의 비인간적인 모습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 가능한 한 과학기술 문명의 낙관적인 전망에 너무 의지하기보다는, 그러한 전망을 경계하면서 늘 자연을 존중하고, 그 안에 새겨진 생태계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연친화적인 삶의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가 아닐 수 없다.

[편집자 주]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으로서 본사의 편집 방향이나 방침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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