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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의 한글사랑] 압존법은 과도한 높임법, 안 지켜도 된다

기자명 김슬옹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일상생활에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헷갈리는 높임법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가정) 할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를 높여야 할까, 낮추어야 할까?

(직장) 사장님 앞에서 김 과장님을 높여야 할까, 낮추어야 할까?

(군대) 박 병장님 앞에서 최 상병을 높여야 할까, 낮추어야 할까?

사실 헷갈릴 필요도 없다. 말하는 ‘나’ 입장에서 다 높여야 할 대상이니 다 높이면 된다. 그게 우리의 전통이고 미덕이다.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아버지, 김 과장, 최 상병)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그 공대를 줄이는 어법’이 이른바 ‘압존법’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압존법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에서 “전통적으로 압존법은 가정 내, 사제 간에서 쓰였으며, 사회적 관계에서 압존법을 쓰는 것은 우리 전통 예절이 아닙니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가정 내, 사제 간에서도 압존법이 전통 예절이라 보기 어렵다. 할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를 높였다고 언짢아하거나 손주를 혼낼 할아버지가 어디 있는가? 오히려 웃어른을 잘 공경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예절이다.

그런데 일부 국어학자나 문법학자들이 ‘압존법’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만들어 마치 대단한 규범인 양 더욱 헷갈리게 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 2011년에 발표한 언어 예절과 표준 문법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가정

할아버지, 아버지 안 왔습니다.(O) * 듣는 사람 중심

할아버지. 아버지 안 오셨습니다.(O) * 말하는 사람 중심

- 직장

김 부장님, 박 과장님 오셨습니다.(O)

김 부장님, 박 과장 왔습니다.(X)

- 군대

박 병장님, 최 상병님 외근 나가셨습니다.(O)

박 병장님, 최 상병 외근 나갔습니다.(X)

결론은 가정에서는 압존법을 지킨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 모두 써도 되고, 직장과 군대에서는 압존법을 쓸 필요가 없다. 가정과 직장이 기준이 달라 헷갈릴 수 있지만, 결국 압존법 따지지 말고 두루 높이면 된다.

압존법과 반대되는 가존법도 있다. 듣는 사람을 고려해 낮춰야 할 제3자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도 보통 “김 대리, 김 과장 들어왔어요?”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을 배려해 “김 대리, 김 과장 들어오셨어요?”라고 할 수 있으니 맥락에 따라 둘 다 쓸 수 있다.

신 대리, 서 과장 들어왔어요?(O)

신 대리, 서 과장 들어오셨어요?(O)

 

[편집자 주]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으로서 본사의 편집 방향이나 방침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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