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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tory] 현대 건축 전시장 로테르담의 랜드마크 '큐브 하우스'

큐브 하우스는 보행교 위에 지어졌다. 단지 아래로 차량이 지나다는 걸 볼 수 있다. (사진=kubuswoning)
큐브 하우스는 보행교 위에 지어졌다. 단지 아래로 차량이 지나다는 걸 볼 수 있다. (사진=kubuswoning)

(서울=우리뉴스) 안병현 기자 = 로테르담은 유럽 최대의 항구 도시였다. 하지만, 전쟁은 이 도시의 모든 걸 바꾸어버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로테르담은 완벽하게 초토화됐다. 얼마나 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는지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아름다운 도시는 폐허가 됐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서야 하는 로테르담은 과거로 돌아가는 길 대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하여 로테르담은 유능한 건축가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무대가 됐다. 오래지 않아 도시 곳곳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로테르담에는 ‘현대 건축의 경연장’ 또는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큐브 하우스, 네덜란드어로는 ‘쿠부스오닝(Kubuswoning)’이라 불리는 신기한 주거단지도 그중 하나다.

주사위처럼 생긴 노란색 사각형 상자들이 기둥 위에 놓여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 사용자라면 PC 월페이퍼에서 보았을, 멀리서 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의 이 건축물은 네덜란드의 건축가 피에트 블롬이 설계한 주거단지다. 로테르담시로부터 이 단지의 설계를 의뢰받은 블롬은 ‘나무 같은 집, 그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 같은 마을’을 짓고 싶었다. 큐브 하우스는 그 구상의 결과물이다.

큐브 하우스는 1984년 완공됐는데 입지부터 보통 주택과는 다르다. 블롬이 이 주거단지 계획을 의뢰받았을 때 전제조건은, 차량이 다니는 기존의 도로 위에 있는 보행교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큐브 하우스는 지면 위가 아니라 로테르담 블락 역에서 광장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콘크리트 다리 위에 지어졌다.

기둥 위에 올려놓은 모양의 큐브 하우스 외관. (사진=kubuswoning)
기둥 위에 올려놓은 모양의 큐브 하우스 외관. (사진=kubuswoning)

넓지 않은 면적에 여러 채의 주택을 넣기 위해 블롬은 여러 개의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큐브를 한 채씩 얹는 방식을 구상했다. 그렇게 큐브 하우스가 탄생했다. 다리 위로는 주사위 모양의 3층짜리 주택단지가 있고 밑으로는 자동차들이 지나다닌다. 어디서 봐도 눈길을 끄는 로테르담의 랜드마크다.

이 주거단지는 51개의 큐브와 상업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단지 안에는 충분한 생활편의 시설도 갖췄다. 이는 완공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로테르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네덜란드는 도시 계획상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어서 주상복합 건물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큐브는 목재 프레임으로 제작됐다. 단열을 위해 석면을 사용했고 시멘트와 목재로 마감했다. 보통의 집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기능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창문의 위치와 방향을 구조적으로 조정해 완벽한 환기와 채광을 보장하고 있다.

반듯한 모양이 일반적인 주택의 외형과는 완전히 다른 이 집들에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다.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침실, 3층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다락방이라는 내부구조는 여느 네덜란드 주택과 같다. 큐브를 지탱하는 기둥은 저장공간으로 쓰인다. 네덜란드의 일반 주택에 있는 지하실과 같은 용도인데 자전거를 보관하거나 창고로 사용한다.

거실의 채광은 좋지만, 기울어진 벽 때문에 비좁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kubuswoning)
거실의 채광은 좋지만, 기울어진 벽 때문에 비좁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kubuswoning)

큐브 하나의 바닥 연 면적은 약 100㎡(30.3평). 한 세대용으로 그리 작다고는 볼 수 없지만, 3층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다고도 할 수 없다. 내부 계단과 큐브 형태를 취한 데 따른 공간 손실이 의외로 적지 않다.

다만,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엔 불편한 요소가 있다. 벽과 천장이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내부는 좁고 답답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노인이 있는 가족보다는 젊은 1~2인 가구에 어울리는 집니다.

로테르담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큐브 하우스에는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로 운영되는 집도 있어 관광객들의 숙소로도 꽤 유명하다. 많은 관광객과 건축학도가 찾아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주민들은 아예 큐브 하나를 골라 박물관처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트트 윈도우 월페이퍼 이미지로 제공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진=MS)
마이크로 소트트 윈도우 월페이퍼 이미지로 제공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진=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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