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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야기로 듣는 소방역사-경성소방서, 100년 전 한국 최초의 소방서가 되다

김상욱 한국재난역사연구소장

  • 기고
  • 입력 2024.03.29 15:58
김상욱 한국재난역사연구소장
김상욱 한국재난역사연구소장

(전남=우리뉴스) 김형석 기자=1925년 4월 17일 13시 남미창정(남대문 부근) 경성소방서에서는 성대한 축하행사가 있었다. 한국 최초의 소방서인 경성소방서의 개서식(開署式)이 열린 것이다.

이날의 행사에는 도키사네(時) 경기지사, 바노(馬野) 경찰부장, 전중(田中) 추산(秋山) 경성,용산 소방 조두를 비롯한 경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식순은 오구마(小熊九萬造) 소방서장의 식사(式辭), 도끼사네(時實)지사의 훈시, 다니(谷)경성 부윤의 축사로 진행됐으며 끝으로 광장에서 축하 연회가 베풀어졌다.

그동안 경성소방서의 필요성은 도하 신문에서도 누차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1868년 메이지 정부 이후 소방관서가 출범했으며 4년 전인 1921년에는 동경, 오사카를 비롯한 도시에 소방서가 신설됐기 때문이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도 소방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1925년 경성인구는 35만으로 5년 전인 25만에 비해 10만이나 증가했다. 일제의 수탈로 농촌을 등진 한국인들이 생계를 찾아 경성으로 모여든 것이다. 더구나 값싼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해 경성지역에 공장이 늘면서 등유, 경유 등 위험물질의 연소로 인한 화재가 급등했다.

대표적인 예로, 1921년 10월 12일 저녁에는 한국 최고의 남대문 시장이 화재로 전소했다. 이날의 화재로 수백 칸의 점포가 잿더미로 변하면서 1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1921년 발생한 전국화재 피해액 260만원의 40%를 차지하는 액수였다.

2년 후인 1923년 10월 2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간토대지진'이 발생했다. 재앙의 발단은 지진이었지만 14만 명의 사망자 중 붕괴로 인한 압사자는 750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3만명은 화재로 인한 희생자였다. 화재는 도쿄 중심부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대지진의 대응에서 소방서 역할이 부각되면서 경성에도 소방서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한해 뒤인 1924년 4월 28일에는 조선총독부 정동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조선인쇄회사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총독부 별관은 물론 법무국, 전매국, 토목부, 철도부, 토지개량과 에 보관중인 총독부 주요문서가 소실됐다.

연달은 화재에도 총독부는 예산 부족만을 탓하며 소방서의 설치를 미적거렸다. 그러나 경성소방서의 설치는 우연치 않게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게 됐다.

경성부를 관할하는 경기도는 소방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924년 보안과에서 소방업무를 분리 소방과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런 조직체계는 1924년 연말에 다시 한번 개편됐다.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총독부는 기구 축소가 불가피했는데 신설됐던 소방과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정원축소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있는 문제였다. 결국 맹렬한 교섭 끝에 소방과를 폐지하는 대신 경성소방서를 신설하기로 타협한 것이다.

1925년 4월 1일 개서된 경성소방서의 정원은 118명으로 시작했다. 산하에는 7개의 소방파출소와 의용소방 169명도 관할했다. 경성소방서의 출범은 아마추어 의용소방 체제를 마감하고 관설 소방관서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1938년 경성소방서는 태평동 조선총독부 건물 옆 조선금융조합자리에 청사를 지어 이전했다. 당시로서는 공사비 8만원의 거금이 투입된 신식 청사는 그 멋스러움이 경성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옥상에 설치된 120척((40M) 높이의 망루는 전국 최고의 높이로 경성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화재감시를 맡았다.

전국의 소방수를 집결해 소방강습을 시키고, 건축물에 대한 소방검사를 도입한 것은 경성소방서가 이뤄낸 성과들이다. 아울러서 1933년에는 '선공반' 을 만들어 구조업무를, 1928년에는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업무를 도입해 경성소방서는 오늘날 소방업무의 초석을 닦았다.

 

참고문헌

『경성일보』, 『朝鮮新聞』, 『동아일보』, 『朝鮮日報』,

염복규, 「일제하 경성지역 소방기구의 변화과정과 활동양상」, 서울학연구, 49, 2012

김상욱, 「1876 - 1920년 서울지역의 화재발생과 경성소방조의 활동」, 서울학연구89, 2022.

강경구, 「일제하 경성소방서의 설치와 운영』, 2017, 수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경성일보』, 『朝鮮新聞』,

(寫眞圖設)日本消防史 / 國書刊行會 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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